이동진 평론가의 유튜브를 통해 처음 알게 되었고, 이동진 평론가가 높은 평점(4점)을 매겼다는 것과 이래저래 지나치면서 본 영화에 대한 영상과 설명들이 호기심을 자극하여 감상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반복되는 일상의 행복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여주는 힐링 영화인줄 알았다.

실제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내내 주인공의 하루 루틴이 정해져 있고 화장실을 청소하는 일을 기준으로 반복된다.

아침에 씻는 모습, 나무에 물을 주는 모습, 출근 하기 전 자판기에서 음료를 뽑아 마시는 모습, 차를 타고 가면서 카세트 테이프로 음악 듣는 모습, 일을 마친 후 단골 가게에서 저녁을 먹는 모습, 휴일에는 목욕탕을 가고 빨래를 하고 책을 사고 선술집을 들리는 등 주인공의 일상을 반복적으로 보여준다.

 

당연히 반복된 일상만을 보여줄 수는 없기 때문에, 보통 주변 인물들이 끼어들면서 변화를 준다.

나이가 한참 어린 직장 동료와 그의 썸녀(?)와의 관계까지는 소소한 일탈 아닌 일탈의 수준이라서 재미있었다.

그런데 조카가 갑자기 찾아오면서 더 많은 변화를 겪게 되고, 그것을 지켜보면서 반복되는 일상의 행복에 대한 생각도 바뀌게 되었다.

'사실은 반복된 일상을 살고 싶지 않은데 억지로 살아나가기 위해 이런 일상을 선택한 것은 아닐까'라고 생각되기 시작했다.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소소한 행복을 느끼는 사람에서 반복된 일상에 억눌려 있는 사람으로 보였다.

그리고 그런 의심은 엔딩에서의 주인공의 모습에서 확신으로 바뀌었다.

 

 

감상하기 전 예상과 다르게 엔딩을 맞이하다 보니, 감상을 끝낸 이후로도 생각이 많아지는 영화였다.

그저 소소한 행복이라고 생각하며 지나쳤던 것들이 어떤 의미일까 생각할 게 많아졌다.

개인적으로는 단순한 영화를 좋아하는데, 오랜만에 다양하게 의미를 부여해보는 방식도 괜찮았다.

다만, 당분간은 다시 이런 방식으로 감상하고 싶지 않다.

 

다양한 의무부여를 해보면서 전체적인 느낌은 어느정도 정리가 됐지만 궁금증이 다 해소된 것은 아니었다.

영화 자체가 의도적으로 많은 정보들을 숨기기도 했지만, 감안하더라도 명확하지 않은 건 많았다.

왜 주인공은 나무를 좋아하게 되었고 많은 나무들을 키우며 관련 책을 읽는 것일까?

하루가 끝날 때마다 나오는 꿈 같은, 하루를 요약하기도 하는 짧은 영상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매일 같은 곳에서 점심 밥을 먹으면서 나무의 그림자(?)를 찍는 이유는 무엇이고 사진을 인화해서 모으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름대로 결론을 내릴 수 있었던 것은 그림자에 대한 부분이었다.

위에서도 언급했듯 처음부터 끝까지 그림자에 대한 것은 자주 등장한다.

후반부에는 어느 한 인물과 그림자 밟기 놀이를 하기도 한다.

아마도 주인공은 본인을 그림자같은 존재라고 생각하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말 그대로 본체가 움직이는대로 따라갈 수 밖에 없는 그림자가 같은 존재로 느끼고 있는 것 같았다.

위에 언급한 그림자 밟기 놀이를 하기 전에도 그림자가 겹치면 좀 더 진해지느냐 아니냐에 대한 얘기를 나누는데, 이런 지나가는 대화에서도 느껴지듯 자신의 그림자 같은 모습에 대한 회의감이 은연 중에 묻어난 것처럼 느껴졌다.

 

초중반까지는 주인공의 반복되는 일상을 보면서 힐링하는 느낌이었다면, 후반부부터는 다소 생각이 복잡해졌고 마냥 행복하지 않은 것 같다라는 것을 느끼고 나니 조금은 우울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개인적으로는 조금 더 명확한 느낌을 받고 싶었지만, 열린 느낌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서 더욱 좋아할 만한 영화였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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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robo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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